기획재정부, IBK기업은행 배당으로 4천억 넘게 챙겨
금융당국,  다른 4대 금융지주에는 배당 자제 요청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 사진=IBK기업은행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고배당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IBK기업은행이 대주주인 기획재정부에 4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한다. 정부 비중이 높은 은행만 고배당을 용인하는 모양새가 나오면서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주당 960원의 결산 배당을 의결한다. 총배당액은 7655억원으로 지난해 6219억원보다 23.1% 늘었다.

배당성향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기업은행의 배당성향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 2020년 29.5%에서 2021년 30.7%를 기록했으며 이번에는 31.2%다.

반면 KB국민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의 평균 배당성향은 25.45%로 지난해 25.83% 대비 소폭 줄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에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라며 고배당을 자제하기를 권고한 데  따른 조치다.

그 결과 지주별로 신한지주는 전년 26.04%에서 22.8%로, KB금융은 전년과 같은 26%, 하나금융은 26%에서 27%로 줄였다. 우리금융은 25.29%에서 26%로 소폭 늘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대형 금융지주사보다 건전성과 손실흡수능력 등이 더 떨어지면서도 배당을 늘렸다. 

IBK기업은행이 고배당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건전성 등 내재적인 이유가 아니라 지배구조 때문이라는 게 금융업계의 분석이다.

IBK기업은행의 최대 주주는 기획재정부다.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은 59.5%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IBK기업은행의 배당으로 약 4560억원을 챙긴다. 이는 지난해 3701억원 대비 약 860억원 늘어난 것이다.

기재부는 IBK기업은행의 배당규모를 스스로 확정해 챙기는 구조다. 기재부 배당협의체에서 배당금을 결정하고 은행에 통보하는 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승인하는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정부의 결정이 밀려나기는 어려운 구조다.

앞서 금융 당국은 코로나19가 퍼지던 2020년 결산 때도 금융지주와 은행에 배당성향이 20%를 넘지 말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IBK기업은행은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나홀로 29.5%의 배당성향을 강행했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에도 기업은행이 고배당을 유지하자 금융권에서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놀랍지는 않은 결과"라며 "특히 올해는 기재부의 곳간 역할을 하던 한전과 가스공사 등의 실적이 나빠서 IBK기업은행을 통한 배당 확대가 예상되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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