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당국, 불안감 진화에 총력…"신뢰 부족이 위기 전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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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실리콘밸리은행(SVB)'으로 불리는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이 대형 은행들의 지원으로 일단 한숨 돌렸지만 16일(현지시간)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SVB 사태의 불똥을 맞은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 주가는 이날 회복세를 보였다.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퍼스트리퍼블릭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투기 등급인 'BB+'로 4단계나 낮췄다.

퍼스트리퍼블릭이 심각한 예금 유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조달 비용이 높은 금융기관 등의 차입에 의존할 경우 수익성 압박도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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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진화에 나선 美 대형 은행과 정부 당국들

잦아드는 듯했던 위기설이 다시 부상하면서 16일 뉴욕 주식시장 장 초반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36%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 미 대형 은행 11곳이 퍼스트리퍼블릭에 총 300억달러(약 39조4000억원)를 지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반등하기 시작해 이날 하락분을 모두 회복하고도 10%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시간외 거래에서 또 폭락 양상을 보였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이날 하루에만 급등락을 거듭해 시장의 불안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퍼스트리퍼블릭 지원에 나선 11개 은행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과 모든 규모의 은행에 대해 갖는 신뢰를 반영하며 은행이 고객과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게 지원하겠다는 의지"라고 자평했다.

미 재무부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대형 은행들의 지원 표명이야말로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미 금융 시스템이 건재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날 상원 금융위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우리 은행 시스템이 건전함을 재확인한다"며 "필요할 때 예금 인출이 가능하다는 것에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약속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충분한 유동성에 대한 ECB의 자신감

SVB 사태 여파가 자국 금융시장까지 전염되지 않도록 CS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스위스중앙은행(SNB)의 방침이 불안 심리 해소에 일정 부분 먹혀든 듯하다.

CS의 주가 급락은 지난해부터 재무 건전성 문제로 자금 유출 사태를 겪어온 상황에서 지난주 SVB 파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자극받은 결과라는 게 중론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디마르 호프눙 연구원은 SNB의 CS 지원 방침이 발표되자 "스위스 국채를 둘러싼 최상위 등급(Aaa) 평가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각국의 은행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을 스위스가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위스는 강력한 경제 펀더멘털과 재정 여력, 효과적인 제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SVB 파산 충격이 CS로 밀어닥친 여파에도 16일 기준금리를 3.0%에서 3.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충격에도 아랑곳없이 석달째 '빅 스텝'을 밟은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과 관련해 추가 인상 여지가 있다"면서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물가·금융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대응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 방향에서 "유로존 은행 부문의 튼튼한 자본과 유동성 덕에 회복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ECB는 충분한 유동성 공급 정책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스 데 귄도스 유럽중앙은행 부총재.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루이스 데 귄도스 유럽중앙은행 부총재. /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자만하지 말라는 경고도

그러나 SNB가 유동성을 제공하기 전인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경제·재무장관이사회가 열린 가운데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일부 EU 은행이 금리인상으로 재정 압박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블룸버그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귄도스 부총재가 SVB 붕괴 이후 금융산업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가운데 EU 은행들이 미 은행들보다 위험 노출은 훨씬 적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귄도스 부총재는 일부 은행이 비즈니스 모델 탓에 위험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만하지 말라며 신뢰 부족이 위기 전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귄도스 부총재는 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하는 ECB의 과제와 고금리로 인한 일부 금융기관의 잠재적 피해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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