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조 순손실에도 "美 경제 순풍 기대" 낙관…"단기 시황에 일희일비 말라" 조언도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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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2·사진)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 침체로 상당한 손실을 봤지만 낙관적 경제 전망은 유지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이날 버크셔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미 경제가 주춤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순풍을 기대하고 있다"며 "그 추진력은 언제나 돌아온다"고 밝혔다.

'오마하의 현자'로도 불리는 버핏 회장의 연례 서한은 지난 수십년 동안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금리가 급등하고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올해는 더 그럴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 역시 미 경제의 역동성 속에서 혜택을 봐왔다며 자국민에게 "굳이 자기비판과 자기회의에 빠져 몸부림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미국에 반하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던 때는 아직 없다"고 적었다. 미 경제의 저력에 대해 강한 신뢰를 내비친 것이다.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을 옹호했다. 자사주 매입을 비판하는 것은 경제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자사주 매입이 주주들이나 국가에 해롭고 CEO들에게 이롭다는 주장은 '경제 문외한' 혹은 '말만 번지르르한 선동가'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자사주 매입을 시작한 것은 2011년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근 몇 년간은 경쟁적인 거래 환경과 주가 상승 속에서 자사주 매입에 주로 의존해왔다.

2021년의 경우 대외적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270억달러(약 35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약 80억달러에 머물고 있다. 2016년 이후 버크셔의 최대 '빅딜'이랄 수 있는 보험사 앨러거니를 116억달러에 인수한 탓이다.

미 정계에서는 기업이 직원들에 대한 혜택과 자본 지출 같은 장기적 성장을 촉진하려면 현금은 다른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자사주 매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이 기업 수익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며 기업이 이를 중단하면 목표 달성은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버핏 회장은 자사주 매입이 주당 내재가치를 높여 주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는 좋은 예로 애플과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꼽았다.

그러나 버핏 회장이 공개한 버크셔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애플 등 일부 투자 종목의 주가 하락으로 순손실 228억달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급등기였던 지난해 순이익 908억달러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급반전이다.

다만 버크셔는 지난해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고치인 308억달러를 기록했다.

버핏 회장은 서한에서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버크셔가 향후 10년간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미국이라는 나라에 진 빚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80년 동안 투자해왔다"며 버크셔가 미래를 위해 다양한 사업과 함께 항상 많은 현금과 미 국채도 보유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버크셔는 지난해 4분기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주식을 대거 매도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보유량이 1286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7년간 버크셔의 주가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연율 3.2%포인트 웃돌았다.

1~2년 전만 해도 부진한 성과에 버핏 회장의 퇴진을 요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버크셔는 최근 손실을 모두 회복했다.

버핏 회장의 지난 58년간 투자 성과는 더 놀랍다. S&P500지수보다 연율 10%포인트씩 더 높은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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