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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사람 짐승처럼 데려가놓고...” 日 징용문제에 강경했던 대통령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
입력 : 
2023-03-18 21:01:00
수정 : 
2023-03-19 06: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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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지 보름여 만에 일본을 방문해 양국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했니다. 양국 정상이 만나 일본에서는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했고, 한국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에 합의했죠. 윤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일본·미국·대만 등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는 국가 간 실질적 협력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반도체 공급망 내 각국의 강점을 활용해 상호 보완적인 협력 분야를 발굴해간다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처럼 관계개선을 끌어내기 위해 윤 대통령이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며 양보하고 나섰지만, 일본에서는 직접 사과에 나서지 않고 과거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만 밝혀 논란이 확산되는 중입니다. 일본 언론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독도 영유권 문제도 거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죠. 이에 대통령실에서는 독도 영유권 문제는 거론된 적 없다고 밝혔지만, 위안부 합의 이행논의가 있었는지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일본의 강제징용 사안을 언급했던 역대 대통령의 발언들을 재조명해보려 합니다. 일본의 잘못을 비판하는 논조는 모두 동일하지만 일본이 어떤 식으로 사죄하고 배상할지에 대한 수위가 입장에 따라 달랐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요즘은 좌우간 진영논리가 워낙 강고한 탓에 진보계열로 대통령이 일본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였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연설기록상 가장 강도높은 발언을 내놓은 것은 오히려 보수진영에서 존경받는 대통령이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이승만 “한국 사람 짐승처럼 일본에 데려다놓고…자기들 뜻만 생각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생각도 안해”

일본의 징용문제에 가장 강경했던 대통령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입니다. 독립운동에 일평생을 바친 그의 삶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였을 수 있네요. 이 전 대통령은 1959년 3·1절 기념사를 통해 일본이 양국 외교관계를 시작하려는 것을 언급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을 2백만 명이나 징용해 가고도 보상 줄 것은 생각도 안하고 있으니 이렇게 한인들의 악감을 만들면서 저이들은 환영을 받으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한국 사람들을 짐승처럼 몰아서 일본에 갖다 놓고 자금에 와서는 그 중에서 10여 만 명을 공산당과 합동해서 이북으로 보내려 하니 이 사람들은 저의 뜻만 생각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은 생각지도 않고 있는 것”이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제99주년 3·1절 기념식 참석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1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제99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독립운동가 자손들과 함께 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김재훈 기자>

◆ 징용문제 직접언급은 온건했던 文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중에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시작으로 일본의 수출규제가 이어지며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서는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지만, 징용문제에 대해서는 역대 대통령들과 비슷한 수준의 입장을 내놓았었는데요.

삼권분립 원칙도 존재하는데 굳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법원 판결을 과하게 활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징용문제를 언급한 횟수는 문 전 대통령이 9차례에 달해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17년 8월14일 ‘독립유공자 및 유족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독립유공자와 유족,멀리 해외에서 오신 독립유공자 후손 여러분을 뵙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오늘 오찬 행사에 처음으로 모셨는데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신 김복동 할머님과 강제 징용으로 후쿠오카(福岡) 탄광에서 고생하신 최한영 선생님이 이 자리에 함께하고 계십니다”라며 “총칼로 항거했던 독립투사와 강제 징용으로 희생당한 국민 삼천만의 한결 같은 염원은 오직 조국 해방이었습니다. 광복절을 맞아 한마음으로 자주독립을 기원했던 여러분을 함께 모시고 따뜻한 식사 한번 대접하고 싶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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