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진 창업주 일가의 마약 스캔들
홍 회장 '무리수' 법원에선 안 통해
악재 해소 위해 'CEO 리스크' 제거해야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연합뉴스

우유는 흰색이다. 우유를 만드는 회사들은 흰색을 회사 상징색으로 많이 사용한다. 서울유유와 매일유업, 빙그레 등이 모두 제품 포장에 흰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고객들에게 깨끗하고 시원한 흰 우유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한 우유업체의 흰색은 흰 우유가 아닌 '백색의 가루', 마약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 산업사에서 유례없는 수준의 CEO 리스크를 겪고 있는 남양유업 이야기다.

우유와 유제품을 생산하는 남양유업은 창업주 일가가 연루된 마약 스캔들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업주 고(故) 홍두영 회장의 외손녀 황 모 씨는 지난 수년간 수 차례의 마약과 절도 혐의로 감옥을 들락거리며 이름을 알렸다. 남양유업이 식품회사로서는 최악인 '마약' 이미지를 갖게 된 게 바로 황 씨 때문이다. 회사 측은 황 씨가 경영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대중은 남양유업 창업주 일가가 그동안 회사를 통해 쌓은 부를 이용해 마약에 손을 댔다는 이미지를 굳게 가지고 있다.

황 씨는 그나마 지난해 출소 이후 별다른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지만, 최근 또다시 창업주 일가의 마약사건이 불거지면서 '남양유업=마약'이라는 악명이 되살아났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또 다른 손자 홍 씨 등 10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홍 씨는 앞서 형을 살고 나온 황 씨와 사촌 관계다. 검찰은 대마를 주변에 유통하고 소지·흡연한 혐의로 홍 씨를 수사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려제강 창업주인 고 홍종열 회장 손자와 대창기업 이동호 회장의 아들,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DSDL의 이사이자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 손자, JB금융지주 일가 등 국내 유명 기업의 창업주 2·3세들이 무더기로 기소됐다. 국민들은 경악스러운 마약스캔들에 또 남양유업 창업주 일가가 연루되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남양유업은 이번에도 홍 씨가 경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남양유업의 항변처럼 황 씨나 홍 씨가 경영과는 무관할지라도 이들이 연루된 마약스캔들은 회사 이미지는 물론 실적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7226억원, 영업손실은 604억원에 달한다. 2021년에도 이미 역대 최악의 실적을 냈지만 지난해 손실은 더 클 전망이다. 

남양유업의 실적이 망가진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마약 파문으로 촉발된 장기 불매 운동이다. 창업주 일가와 관련된 마약스캔들 이후 기업의 윤리·사회적 책임에 대한 남양유업의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불매운동이 거세다. 장기간의 불매운동으로 남양유업의 명성과 성과는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홍원식 회장이 진행하고 있는 무리한 소송전도 남양유업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홍 회장은 한앤컴퍼니에 회사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가 돌연 '한앤코와 맺은 별도의 합의 문건이 있다'며 입장을 바꾸고 계약을 무효로 돌리려 하는 중이다. 하지만 한앤코 측에서는 해당 별도 합의서를 본 적도 없고 합의한 일도 없다고 부인했다. 실제 재판정에 제출된 증거에도 한앤코의 서명은 없다.

최근에는 홍 회장이 한앤코를 상대로 제기한 위약벌 청구 소송 패소에 대한 항소마저 각하됐다. 홍 회장이 인지·송달료를 기한 안에 내지 않았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소송의 기본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제 곧 한앤코와의 주식양도소송 항소심 판결이 열린다. 홍 회장 측은 판을 뒤엎을만한 증거를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거짓말을 해왔다는 정황이 넘친다.

마약과 지분문제 등 남양유업을 둘러싼 시끄러운 잡음을 일거에 잠재우는 방법이 있다. 바로 홍 회장의 퇴진이다. 최근 수년간 홍 회장과 그 친인척은 남양유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돼왔다.

오랜 기간 잡음을 들어온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들 상당수도 홍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홍 회장이 계속 회사에 남아 있는 한 남양유업이 아무리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소비자 신뢰 재건 활동을 벌인다고 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홍 회장이 회사를 사랑한다면 회사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이제라도 '헤어질 결심'을 하길 바란다.

강현창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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