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피커 출시하는 삼성... 빅스비는 아직 영어도 모른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07.05 09: 03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빅스비를 앞세워 스마트 스피커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정작 빅스비는 영어 버전 출시조차 지연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는 5일(이하 한국시간) “삼성전자가 애플,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함께 AI 스피커 경쟁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만들고 있는 AI 스피커의 코드네임은 '베가'로 상반기 출시된 갤럭시 S8에 최초 탑재된 빅스비로 구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음향전문 기기회사 하만카돈을 인수한 바 있다. 하만카돈을 실제로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 MS의 ‘인보크’ 개발에 참여한 바 있다. 현재 AI 스피커 시장은 선두주자 아마존 ‘에코’, 구글 ‘구글 홈’을 쫓아 MS, 애플, 삼성전자가 연이어 참전을 선언했다. 

MS의 '인보크'나 애플의 '홈팟'은 기존 AI 스피커의 문제점으로 지적받던 음향이나 기기 성능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하드웨어 강자인 삼성전자 역시 AI 스피커 시장에서 나름대로 매력을 자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소프트웨어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바로 빅스비의 영어 버전 출시가 지연되고 있는 것.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TheVerge)는 5일 “삼성전자 관계자나 한국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개발한 AI 음성 비서 ‘빅스비’ 영어 버전이 빅데이터 부족으로 출시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빅스비의 영어 버전은 5월에 중국어 버전은 6월에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7월이 된 현재까지 한국어 버전만 가능하다. 더버지는 “한 삼성전자 관계자가 기타 언어로 빅스비를 개발하는 것이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 딥러닝 기반의 빅스비를 운영하려면 충분한 빅데이터가 필요한데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빅데이터는 AI 비서의 성능과 직결된다. AI의 딥러닝 자기기반 학습에서 빅데이터는 가장 핵심적인 자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고질적인 빅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영어버전 빅스비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미국 '킥스타터'서는 삼성전자 빅스비의 늦은 영어 버전 업그레이드를 비난하는 'I hate bixby' 펀딩이 이뤄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일부 미국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어 보이스를 지원하는 빅스비의 베타 버전 테스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아직 완성도가 미흡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버지는 “삼성전자가 빅스브를 위한 영어 빅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은 베타 테스터가 충분하지 않거나, 연구팀이 음성 샘플에 충분한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미국이 본거지인 구글조차 영어에 대한 더 많은 자료를 얻기 위해 영어권 커뮤니티 레딧(Reddit)의 자료를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더버지는 빅데이터 부족 이외에도 경영진과 개발진의 소통 부족을 문제점이라고 평가했다. 빅스비 개발을 둘러싼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 리서치 아메리카(Samsung Research America) 소속 미국인 엔지니어들과 한국에 있는 경영진이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가장 활발한 지역은 미국이다. 따라서 빅스비의 영어 버전 성능 유무가 휴대폰의 승패뿐만 아니라 AI 스피커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빅스비의 영어 버전 개발에 많은 것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국내 한 업계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빅스비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신입사원까지 동원하는 등 상당한 인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빅스비의 업그레이드가 순조롭지는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mcadoo@ose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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