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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고체연료 '북극성 2형' 전력화…다음은 신형 ICBM?

[취재파일] 北 고체연료 '북극성 2형' 전력화…다음은 신형 ICBM?
북한이 지난 21일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지대지 탄도 미사일 북극성 2형의 실전배치를 선언했습니다. 북극성 2형의 첫 시험발사가 고작 지난 2월이었고, 고체연료 로켓의 지상 연소시험도 작년 3월이었는데 벼락같이 실전 운용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정상적인 미사일 개발 과정과 비교하면 북극성 2형은 실전배치 단계에 턱없이 모자랍니다. 시험발사를 수차례 더하고 80% 이상의 발사 성공률을 기록해야 미사일로서의 신뢰성을 획득합니다. 북극성 2형 자체로는 실전배치할 정도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극성 2형의 쌍둥이나 다름없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 북극성 1형을 감안하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북한은 작년과 재작년 SLBM 북극성 1형의 시험발사를 여러 차례 실시했습니다. 발사관을 장착하는 플랫폼만 이동식발사차량 TEL과 잠수함으로 다를 뿐 북극성 2형과 북극성 1형은 로켓 엔진과 발사관 등이 똑같습니다. SLBM 북극성 1형의 시험발사 내력을 포함하면 북극성 2형의 실전배치는 북한에서는 능히 가능한 일입니다.

이는 중거리 미사일급의 고체연료 추진 방식 로켓의 엔진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뜻입니다. 지난 4월 열병식에 처음 모습을 보인 두 종류의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시험발사도 머지않아 보입니다. 4월 열병식에 등장한 탄도 미사일 가운데 유이(唯二)하게 시험발사를 하지 않은 것도 바로 그 두 종류의 미사일입니다. 그러잖아도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를 공언했습니다.
북한 신형 ICBM 추정 미사일
● 미지의 北 고체연료 추진 방식 ICBM들

4월 열병식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무기는 7축 14륜 트레일러와 8축 16륜 TEL에 탑재된 대형 미사일 발사관입니다. 고체연료 추진 미사일을 쏘는 전형적인 콜드 론치 방식의 발사관으로, 발사관 크기만 봤을 때 영락없는 ICBM입니다. 이전까지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KN-08과 KN-14를 ICBM급인 것처럼 드러내 보여주던 북한이 느닷없이 전혀 새로운 ICBM 외양의 미사일을 꺼내들며 한미를 위협한 것입니다.

북한의 고체연료 미사일이라고는 단거리 KN-02와 북극성 1형, 북극성 2형밖에 없었는데 어느 틈에 고체연료 추진 ICBM을 만들었을까요? 발사관 안에 진짜 ICBM이 들어있기는 했을까요?

4월 열병식을 보고, 북한이 신형 ICBM을 개발하고는 있겠지만 완성까지는 갈 길이 아주 멀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북극성 2형의 실전배치을 선언하고 나니 어째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4월 열병식 시점에서는 신형 ICBM 두 종류와 겉모습은 KN-08인데 도색을 새로 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무수단 TEL에 실려 나타난 미사일, 이렇게 세 종류 미사일은 북한이 쏴 본 적 없었습니다. KN-08 모양의 미사일은 지난 14일 화성 12형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험발사됐습니다. KN-08은 액체연료 추진 방식의 3단 로켓으로 알려졌었는데 화성 12형은 같은 액체연료 추진 방식이지만 1단 로켓만 달고 발사됐습니다.

화성 12형의 시험발사까지 선보였으니 북한에게 남은 새로운 미사일 카드는 신형 고체연료 추진 ICBM 두 종류입니다. 같은 고체연료 추진 방식의 북극성 2형도 실전배치를 했다고 하니 순서상으로도 신형 ICBM의 실험발사가 북한의 다음 위협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고체연료 로켓 기술이 이 정도까지 발전했을까요?
북한 신형 ICBM 추정 미사일
● 비상식적인 북한의 고체연료 로켓 기술

북극성 1, 2형의 고체연료 로켓 엔진의 원형(原形)은 작년 3월 고체연료 로켓 엔진 지상연소시험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지상연소시험에 등장한 로켓 엔진의 크기는 직경 1.2~1.3m, 길이 3.0~3.2m로 추정됐습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 정도 크기의 엔진은 SLBM 1단으로 사용하기에도 너무 작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지상연소시험에서 공개한 엔진은 말 그대로 원형일 뿐입니다. 북한은 고체연료 로켓 엔진 제작을 위한 원천기술은 확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상연소시험 때보다 큰 고체연료 로켓 엔진을 개발해 북극성 1, 2형에 장착했고 시험발사에 여러 번 성공했습니다.

다음은 ICBM용 고체연료 로켓 엔진입니다. 북극성 1, 2형의 엔진을 몇 개 묶으면 될 것 같지만 엔진을 묶는 클러스터링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당장 미사일 1단부의 직경이 대폭 커져서 TEL에 싣고 다닐 수 있는 날렵한 미사일을 디자인할 수 없습니다. 추력이 큰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북한에게 대단히 어려운 과업입니다.

장영근 교수는 “대형의 고체연료 추진 엔진은 상당한 수준의 산업화 능력을 갖춘 나라들이나 개발과 제작이 가능한 초고난도 기술”이라며 “북한이 선진 산업국 수준의 로켓 엔진 제작과 품질 제어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고체연료 기술을 대대적으로 이전해줬으면 모를까 상식적으로는 북한이 고체연료 추진 ICBM을 단기간에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북한 정권과 미사일 과학자들은 불가능이란 모르는 자들이었습니다. 신형 고체연료 ICBM 시험발사는 실패 가능성이 높을테니 다른 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급하게 쏟아내느라 밑천이 드러나고 있는 위협 카드도 늘리고 시간도 벌 겸 대형 고체연료 로켓 지상연소시험을 실시해서 공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당황스럽게도 북한은 빈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ICBM 시험발사를 선포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보여줄 것입니다. 북한이 ICBM을 들고 나오는 순간 미국이 가만히 있을 리 없고 한반도는 지금까지와는 수준이 다른 긴장 국면으로 빠져 들게 됩니다. 북한이 북극성 2형의 실전배치를 선언했으니 이제는 다음 카드인 ICBM의 등장에 대비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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