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이번엔 "월드컵 방송중단되면 제재" 통보 파문

2014. 6. 1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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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계적 축제 못보게 될시 모든 조치" 공문…지상파-케이블 협상진행 중 노골적 정부 개입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브라질 월드컵 재전송료를 둘러싸고 갈등 중인 지상파 사업자와 유료방송업 사업자에게"방송중단시 행정제재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상파 사업자들은 정부가 민간 영역인 이번 협상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으며 정부의 이례적인 개입 시도에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의구심까지 나오고 있다.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최문기 장관과 최성준 위원장 명의로 지난 12일 유료방송 사업자와 지상파3사에 '브라질 월드컵 재송신 분쟁 관련 정부의 입장'이란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는 이 공문에서 "지상파방송사업자는 공공재산인 전파를 이용하여 방송을 하고 있으며, 유료방송사업자 또한 가입자에게 일정한 수신료를 받고 있는 만큼 차질 없이 방송을 서비스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방송사업자가 사익 추구에 집중하여 방송의 기본적인 책무인 공공성을 저버린다면 관계법령에 따른 법적인 행정제재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5월경 케이블, IPTV, 위성 사업자들에게 브라질 월드컵 중계권에 관한 재전송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과 2012년 런던올림픽 때도 IPTV 3사로부터 별도의 재전송료를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 역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상파 3사는 유료방송사와 맺은 재송신 계약서에 '올림픽, 월드컵 등 국민관심행사 중계방송의 재송신에 관해서는 별도 협의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에 유료방송사업자들은 '발끈'했다. 이들은 이미 지상파 방송 콘텐츠에 대해 재송신료를 내고 있는데 월드컵 중계과 관련해 또 다시 재송신료를 내는 것은 이중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의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갈등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방송계에서는 월드컵 블랙아웃(방송중단) 사태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가 SO와 지상파 방송사에 보낸 공문

이런 민감한 시기에 미래부와 방통위가 협상에 개입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전례가 없을 뿐더러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문에는 행정제재하겠다는 내용이 있어, 요청을 넘어 사실상 압박이라는 것이다. 케이블TV등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재전송료를 받으려는 지상파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재전송료 협상을 중단하라는 취지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13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기관이 개입해서 조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런 개입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월드컵이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는 문제와 관련이 있고, 국민적 관심이 큰 행사이기 때문에 최악의 블랙아웃 사태를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하라는 취지는 인정한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는 것은 일종의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했다.

SBS 홀딩스 플랫폼기획팀 관계자도 "합리적인 범위에서 협상을 하고, 결과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우리가 조정에 나서겠다가 아니라 무조건 싸우지 말라고 윽박을 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가 오히려 협상 중인 지상파를 압박해서 그 의견을 묵살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공문의 발송 배경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느닷없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미래부가 작성한 이 공문의 초안에는 '지상파와 SO들이 블랙아웃하지 않는다는 선언을 하라'는 내용까지 들어있었다. 하지만 사업자들의 사적 계약에 정부가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법적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 방송지원정책과 관계자는 "소송으로 갈 우려가 있어 공문 문구를 수정했다"고 말했다.

▲ 출처=구글

뿐만 아니라 공문 내용에 세월호 참사를 언급하며 월드컵 시청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공문에서 "이러한 시점에 우리 국민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는 월드컵이라는 세계적 축제를 앞두고 있다"면서 "그러나 그 축제를 즐기기도 전에 방송사업자간 재송신 계약 분쟁으로 혹시라도 V에서 월드컵을 못 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배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기관이 지상파와 케이블업계 간의 분쟁에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실상의 강요이자 협박일뿐더러, 공문에 '축제를 즐겨라', '세월호 참사를 이겨라'는 식의 내용이 포함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이 문제는 민간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부의 중립을 요구해왔는데 장관과 위원장 명의로 공문을 보낸 것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위한 조처일 뿐'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월드컵 블랙아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어느 사업자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시청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공문을 보낸 것이지 지상파방송사를 압박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도 "주무부처로서 국민들의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미래부 장관과 방통위원장이 공문을 보내 의사를 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보편적시청권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니 이를 방지하자는 취지인데 좋지 않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면서"특별한 입장은 없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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