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는 美 언론

텔아비브 2014. 7.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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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 대통령 비판도 서슴지 않는 미 언론이 유독 이스라엘에만은 약하다?

미국 CNN 방송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를 취재 중인 중동 특파원을 러시아로 전보했다. SNS로 이스라엘 주민을 비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NBC 방송 역시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글을 트위터에 올린 기자를 철수시켰다가, 논란이 일자 하루 만에 번복했다.

다이애나 맥네이 CNN 중동 특파원은 지난 17일 가자지구 국경에서 1㎞ 정도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 남부도시 스데롯(Sderot)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가자지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 언덕은 일부 스데롯 주민들이 의자와 소파까지 가져다 놓고 맥주를 마시며 공습 장면을 구경하는 바람에 '스데롯 시네마'라는 국제적 비난을 받았던 곳이다.

맥네이 기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스데롯 언덕에 있는 이스라엘인들은 폭탄이 가자에 떨어질 때마다 환호를 보낸다. 내가 말을 잘못하면 우리 차를 파괴하겠다는 협박도 한다. 인간쓰레기(Scum)"라는 글을 올렸다. 논란이 되자 트위터 글을 삭제한 맥네이 기자는 "생방송 리포트 중에 협박을 받고 괴롭힘을 당한 데 화가 나 트위터에 글로 대응한 것"이라며 "취재진을 표적으로 삼은 사람들을 향해 던진 말로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CNN 본사는 맥네이 기자를 19일 모스크바 지국으로 전보 조치했다.

18일에는 아랍권 방송인 알자지라 기자 출신의 NBC 중동 특파원인 아이만 모헬딘 기자가 전보조치 됐다가 내부 반발이 일자 하루 만에 원상 복귀되는 일이 벌어졌다. 모헬딘 기자의 전보 이유 역시 비슷했다. 가자지구에서 취재를 하던 그는 지난 16일 이스라엘 함포 사격으로 가자지구 해변에서 놀던 어린이 4명이 사망하자 "팔레스타인 어린이 넷이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졌다. 몇 분 전 나는 그들과 공놀이를 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모헬딘 기자가 올린 통곡하는 어머니의 사진은 국제적 공분을 일으켰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회의에서 "공습 작전과 관련해 전 세계 여론은 항상 왜곡된 사진들을 보고 있다"며 "절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이스라엘에 약한 미국 언론의 모습은 막강한 유대인 자금력에서 나오는 영향력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에 사는 유대인은 전체 인구의 2%밖에 되지 않는 600만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사회 곳곳에 주류로 포진해 있다. 언론계만 하더라도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AP, UPI 등 주요 매체가 유대 자본으로 설립됐고 ABC의 바버라 월터스나 CNN의 래리 킹 같은 유명 언론인도 유대인이다. 이·팔 분쟁에서 미국 주류 여론이 이스라엘에 우호적으로 기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평가는 이 때문이다.

한편 AP통신은 20일 팔레스타인의 사망자 수가 420여명으로 늘고 부상자도 30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17일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투입한 이후 양측 교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18일 이스라엘 군인 한 명이 사망한 데 이어 19일에도 하마스의 지하 터널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2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숨졌다. 이스라엘측 희생자는 군인 5명 등 총 7명으로 늘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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