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은 24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챔피언결정전 OK저축은행과 4차전에서 패했다. 5전3선승제의 챔프전 전적 1-3이 되면서 챔피언의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최 감독은 실망하지 않았다. 시상식이 끝날 때까지 선수들과 코트에 남아 우승팀에 박수를 보내며 축하하며 예우를 다했다. 최 감독은 오히려 “OK저축은행 선수들을 축하해주는 것이 정말로 괴롭지 않았다. 챔프전 초반 2연패를 당했을 때는 정말 괴로웠지만 오늘은 상대를 축하해주고 싶었다. 우리가 이길 수 없을 정도였고, 우리가 실력으로 진 것이 맞다”고 말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이 꼭 삼성화재의 초창기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5연패는 달성할 것 같다”고도 했다.

현대캐피탈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다 보여주지 못한채 패했다면 아쉬움이 컸겠지만 할 수 있는 것을 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이 내세운 ‘스피드배구’는 신선한 반향을 넘어 돌풍을 일으켰다. 정규리그 역대 최다기록인 18연승으로 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최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올해 스피드배구를 하면서 안될 것이라는 생각, 막막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 막막함을 헤치고 포기하지 않고 해냈다. 마지막까지 현대캐피탈의 자존심을 지켜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만큼 믿음이 생겼고, 그런 믿음은 또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최 감독은 “막막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다. 구단도, 선수들도 믿어줬다. 사실 중간에 ‘예전 스타일의 배구를 다시할까’하는 생각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코칭스태프가 시작을 한 만큼 끝까지 밀고나가자며 힘을 실어줬다. 흔들리지 않고 우리 팀만의 색깔을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올해 가장 큰 수확이라면 선수들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하게 뭉쳐있었다는 점이다. 주장 문성민을 중심으로 하나의 팀이 됐다는 것이 뜻깊다. 계속 이런 모습을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보탰다.

OK저축은행과 대결에서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한 최태웅 감독은 새로운 자극을 얻었다. 이번에는 실력으로 맞붙어 졌지만 다음에도 질 수는 없는 일이다. 최 감독은 “경험을 쌓았다. 우리 팀만의 색깔을 구축해낸 만큼 다음 시즌에는 더욱 잘해낼 것이다. 더 정교하게 다듬으면 지금처럼 중요한 순간에 흔들리는 일이 적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려면 시간이 없다. 휴가는 쓸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벌써부터 다음 시즌으로 시선을 돌렸다. 올 시즌은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우승을 향한 현대캐피탈의 새 시즌은 이제 막 시작했다.